아주 어린 아이가 나를 좋아했다. 너처럼 어린애가 좋아하는 게 뭔지나 아냐고 마음속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꽤나 진지하고 티없이 맑아 쉬이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아니,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 아이앞에서 행동과 말을 조심했고 오해를 살만한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어려, 그리고 너무나 순수하여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 좋아서 웃고 빨리 20살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를 볼때마다 남자친구 만나러 가냐고 남자친구 있죠? 하고 물으며 그런거 없다는 내 대답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랬던 아이가 멀리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 날, 전학가서 친구 많이 사귀라고 인사하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묵묵히 피아노만 쳤다. 이사가고 나면 니가 잊고싶지 않더래도 자연스럽게 잊혀질 어린 날의 일이 될 것이야. 라고 마음속으로 말해주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 아이가 할머니댁 갈때 꼭 피아노 선생님 집에 가야된다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들었다. 애기야. 항상 무뚝뚝하고 잘 대해주지도 못한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줘서 정말 고마워. 시간이 흘러 아주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우리 웃으면서 인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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