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마치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고. 유아인도 나를 아는 것 같은 그런 착각감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진짜 미친사람처럼 아는사이라고 믿었다는게 아니라 이상하게 유아인이 썼던 글들과 생각과 하는 행동들이 너무나 감정이입이 되어 다이렉트로 생각과 마음을 전달받은 느낌이었다.
아마 그 당시에 나 같았던 팬들이 꽤나 있었을 것 같다. 그때는 댓글이 달려도 방명록에 글을 남겨도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양이었으니..
그때 유아인의 태도는 정말 신기했다. 특이했다고 해야할까.
분명히 글을 다 읽는 것 같은데 따로 피드백은 없고. 시니컬한 것 같은데 따뜻한 시선으로 팬들이 쓰는 자기 일상에 지나지 않는 글들을 보고 있었던 것같은. 그냥 느낌일 뿐이었지만 내가 생각한 유아인은 그랬다.
나랑 취향이 비슷하다기 보다는 유아인의 센스를 닮고 싶어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 때 이후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굉장히 많이 바꼈던 것 같다. 어떠한 것을 객관화해서 볼 줄 알게 되고 좋고 그름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고 공감하는 능력을 많이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유아인이 썼던 글들이 딱히 사람들에게 공감을 바라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을 이해하기에는 최적의 글들이었던 것 같다. 나를 보면 많은 친구들은 속을 모르겠다고 했는데 지나고보니 그게 정말 좋은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극히 방어적인 자세.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그냥 자유로워도 됐을텐데. 내가 내 자신을 그렇게 가두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후회아닌 후회를 해본다.
유아인을 그렇게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마음에 두고 있다가 실제로 마주하게 됐을때는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상상으로 친근했던 유아인은 없고 슈퍼스타가 되어 겉이 번지르한, 어깨 넓고 단정한 머리에 윤기흐르는 빤질한 얼굴의 20대 남자배우가 들어서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표정이 나왔던 것 같다. 웃지 않는 얼굴. 나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한채로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꽤나 정확하게 나를 쳐다보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던게 기억난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너무 가깝게 배치가 되어서 어이가 없다는 무언의 표현이었는지 아니면 딱 봐도 자기를 좋아해서 온게 아니라 그냥 동물원의 원숭이쯤으로 취급하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외모가 기분이 나빴던건지.
뭐 어떤 이유에서였던 간에 그 이후로 유아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상상과 환상은 모두 날아가 버리고 실제를 마주하게 된 것 같다. 그 사람의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겠지만 그러기에는 이제 너무나 많은 포장으로 덮여 그 본질을 찾아서 좋아하기에 조금 멀리 온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참 사람의 감정이란게 묘하다.
그 한순간으로 인해 이렇게 마음이 식어버릴 수가 있구나.
방명록에 읽는지 확인할 길도 없는 글들을 쫑알쫑알 써 내려가며 나의 개인적인 얘기들을 늘어 놓고. 그 내용들이 가볍던지 아니면 오버해서 무거웠던지 간에 그냥 뭐든 썼었는데. 분명 너는 보고 있다는 걸 예상하고 듣는 벽에다 글을 쓰는 기분이라고 적은 내 글에 답글을 남겼었지.. 듣고, 보고, 또 .......... 있습니다. 중간에 무슨글을 썼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난다. 하하 까지 붙였던거 같은데.
기억이란게 오래되면 왜곡되기 십상이라 최대한 정확한 기억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해본다.
그 답글조차 내가 생각한 딱 너여서 얼마나 기쁘고 좋았었는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 시니컬함을 닮고 싶었던 나는 날이 갈수록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고. 내 본질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
나는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다음에 만날 기회가 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정말 좋아했었다고..
감정 정리는 이렇게 하는건데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여행 정리 (0) | 2016.08.31 |
---|---|
잘가 고마웠어 (0) | 2016.02.24 |
하루하루나 정신세계나.. (0) | 2015.12.21 |
2년전과 1년전, 그리고 현재. (0) | 2015.09.30 |
what a coincidence (0) | 2014.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