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요즘들어 생각나는 바르셀로나.

겨울무지개 2017. 1. 7. 06:26







요즘들어서 갑자기 바르셀로나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다 기억난다.

트위터에 짧게 쓸수도 있지만. 그냥 일기형식으로 적고 싶어서 여기다 적는다.

영국남자애4명이 3명분만 예약을 해서 한 침대에 두명이 같이 누워있어서 나랑 불가리아여자 눈치를 보면서 일부러 친근해보이려고 노력했다는걸 그때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웃기긴했다.

둘이 그 좁은 침대에 같이 앉아서는 왜 같은 침대쓰냐고 물으니 사실 보이프렌드라고 말해서 나는 보이지도 않는 내 자리에 앉아서 겁나 웃었다. 그러고는 그 불가리아 여자한테 we should go out 이라고 말했더니 다들 빵터져서 뭔가 그때부터 나한테 경계를 풀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asian 특유의 어려보이는 얼굴때문에 내가 28살이라고 하자 20살이라고 했던 영국남자애가 지나치게 놀라면서 말도 안된다고 나보고 20살밖에 안돼보인다고 말해서 내가 한국인들 거의 대부분이 나같다고 얘기했더니 또 놀라워했다. ㅋㅋ

그러고 상당히 무식한 애들이었는지 북한과 남한의 관계를 잘 모르길래 우리나라사람이 북한 무단으로 가면 총살이라고 말했더니 개무서워하는것이다. 다른나라의 시선에서는 그게 그렇게 신기한 일이라는게 나 역시 신선하긴했다. 계속 개소리하다가 다음날 그 영국남자애들은 떠나고 이태리 베니스 근처에 사는 남자애들4명이 들어왔다. 4명다 키가 다 크긴 했지만 한명은 잘생겼고. 한명은 너드처럼 보였지만 굉장히 착했고 하나는 보헤미안 스타일이었고 하나는 그냥 정말 평범해 보이는 애였다.

보헤미안 스타일 남자애가 내 윗침대를 썼는데 안씻은냄새 땜에 우엑.. 물론 처음만 그랬고 그 뒤론 잘 씻엇는지 전혀 냄새가 안나긴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주치면 아침인사하고 들어오면 또 인사하고.. 글쎄 나는 이태리사람 자체가 낯설어서 그런지 영어를 하는 영국애들보다는 조금 불편한 마음에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아예 얘기를 안했던건 아니지만 보헤미안남자애는 너무 자유분방하게 돌아댕겨서 너무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밑에 있는거 뻔히 알면서 속옷차림으로 서 있다니.. 바로 내 눈앞에.. 어우ㅡㅡ 전혀 의도했을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가끔 나랑 눈마주치면 뭔가 호기심어린 눈빛? 으로 쳐다보는게 인상깊었다. 나중에서야 나는 3일째일때, 걔들은 2일째일때 방을 떠나길래 가는건줄 알았더니 예약을 다시 하는바람에? 뭐 착오가 있어서인가 다른방으로 옮기게 됐던 거였다. 그 얘기를 불가리아여자한테 전해듣고 걔들 나땜에 방 옮긴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 했더니 밤11시에 부엌에 걔들 있다고 같이 내려가자는거다... 뭐 걔들이랑은 마지막이고해서 인사할겸 내려가서는 부엌 들어가자마자 인사도 안하고 다짜고짜 걔들한테 너네 나 때문에 방 옮긴거지??? 하니까 웃으면서 절대 아니라고. 오해하지말라며 자초지종 설명을 하는게 그게 너무 웃겼다. 보헤미안남자애는 정말 시리어슬리하게 대답하며,. 한마디로 정색때리면서 절대 아니라고 ㅋㅋㅋ

내가 알겠다고 ~~ 이러니 그때부터 2일동안 하지 않았던 온갖 얘기들을 다 했다. 보헤미안 남자애가 혼자 서서 노래부르며 설겆이를 하는데 다른 남자애들이 쟤는 원래 싱어인데 설겆이 알바도 한다고 ㅋㅋ 직업이 계속 바뀐다고 놀리길래 나도 웃고 그러다 전공 얘기가 나와서 내가 음악 전공한걸 알고 갑자기 애들 정색 ㅋㅋㅋㅋㅋㅋ 싱어 어쩌고 떠들고 있는데 진짜 전공자라 하니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클래식 피아노 전공인데다 부전공으로 성악했다고 하니 더더욱 정색..ㅋㅋ  그리고 갑자기 없던 흥미를 가지기 시작..다음 행선지가 이비자라 하니 이비자에 연주하러 가냐고 ㅋㅋ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긴 함. 바르셀로나에 있는 퍼퓸? 이름 뭐더라. 유명한 클럽 같이 가자고. 그때 같이 갈걸 그랬나 조금 후회되기는 하는데 그때 완전 다 씻어서 잠옷차림으로 있는데 부랴부랴 준비해서 갈순 없으니 당연히 안갔다. 걔들은 결국 아침6시에 들어와서 잠도 안자고 바로 10시에 조식먹을때 인사했다. 잘생긴애랑 우연히 마주쳐서 그날 떠난다며 작별인사를 하는데 아쉬워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 역시도 서운해했고. 언어의 장벽도 있지만 겉모습적인 장벽도 어마어마했기에..ㅋ키가 거의 187정도? 오바인가..아마 그 정도 됐을거같다. 거기다 잘생기기까지. 얼마나 부담스러운가.....

그래서 그냥 인사 간단히 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아르헨티나 남자2명과 모로코남자1명이랑 같은방을 썼다. 불가리아 수도가 소피아인걸 모르고 소피아 드립치는줄 알고 졸라 쳐웃어재꼈는데 얼마나 이상해보였을까. 이불킥이다. 모로코남자애랑은 자고 담날 아침에 마주쳤는데 눈빛이 거의 제임스프랭코 맞먹게 꿀떨어져서 첫눈에 반했다. 거기다 그 상냥함.. 솔직히 게이같단 생각을 했는데 옷을 너무 못입는걸로 봐선 아 게이는 아니겠구나. 거기다 몸에 밴 매너.. manner maketh man 맞나.. 여튼 정말 반할수밖에 없었다. 그 상냥한목소리. 아 근데 지금생각해도 게이같긴하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 내가 어느나라 사람이게? 하니까 한국이라고 바로 얘기하는거 보고 개놀랐다. 모로코가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낯선데.. 그럼 반대로 걔네들도 우리나라가 정말 낯설텐데 애가 똑똑한건지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엄청 신기해하니 그냥 알수있었다고.. 아 쓰면서 눈물날거 같다. 그 눈빛, 그 상냥함. 그 선함.. 내 인생에 두번은 없을거 같은 그런 남자.

이제 알았는데 내가 떠난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고.. 정말 진심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데. 아쉬워서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그래서 쪽지까지 남기고 떠나긴 했지만...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을거같다. 그렇게 떠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네타 해변. 사실 바르셀로나에서 할게 없었기 때문에 해변이랑 그 친구들만 기억에 남는다.

근데 그 기억이 너무나 강렬해서 모든 여행지중에 가장 심적으로 편안했고 행복감이 충만했던 곳이었다.

따뜻한 기억이다. 해변, 몬주익분수, 호스텔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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