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진들을 뒤적거리며 추억을 되뇌어보다가.
나만이 가진 것인지.. 아니면 그 아이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것인지
, 뜬금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때는 전혀 몰랐던 얼굴들, 하지만 익숙한 이름들
그리고..
그때의 니가 나에게 얼마나 넓게 , 그리고 크게.. 자리잡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고 또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절대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추억이 분명한데도 난 그것들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잊고 싶지 않았다.
내 첫사랑이었던 그 아이는 더이상 첫사랑이 아니었고..
내가 좋아했던 아이는 나를 싫어했고..
내가 고백했던 아이는 나를 친구로조차 생각하지 않았고..
앨범자체를 만지기 싫었던 중학교시절의 앨범.
뭐가 그렇게 충격적였던건지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한가지 , 3학년때 소풍으로 파크랜드를 가서 놀이기구(전혀
무섭지 않은)를 타는데 내 뒤쪽에 앉아서 옆에 친구에게 매달리며
무서워하던 그 애 모습. 엄청 웃겼는데..
생긴건 아저씨였는데.. ^^;;
처음 전학왔을때 같은 아파트라고 소개를 받고 담임샘이 챙겨주라
말했었던거. 그리고 친구 생일파티에서 내 맞은편에 앉아
서로 쳐다보기 싫어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던 모습.
사진으로 얼굴을 보는순간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라서.
아직도 그대로 일 것 같아서 순간 울컥해버렸다..
그 누구보다도 익숙한 얼굴이라서..
초등학교때 그 다음날 학교에서 너를 볼 생각에 잔뜩 들떠서
빨리 잠들고 다음날이 오길 바라며 잠들었던 내 모습..
.. 내가 자라면서.. 우리가 자라면서.. 나는 내 모습이 얼마나
징그러운지를 깨닫고 너를 바라만 봤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았고 어렸었다..
쪼끄만게.. 자존심은 있어갖고 , 성격은 잔뜩 모가나서.
괜히 틱틱거리고 좋으면서 싫은척 하고. 귀여운것들...ㅋㅋ
정말 웃긴건.
초등학교 졸업 단체사진에 나란히 찍힌 인형.
왜 그걸 갖고 왔는지 기억이 안났었는데.. 지금 기억났다.
걔한테 다시 돌려주려고.
혼자 드라마를 찍었지.. ㅋㅋ 나를 모를줄 알고..ㅋㅋ
i ♥ you 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작은 곰돌이 인형 열쇠고리.
나혼자 얘가 나 좋아하는거 아냐? 하며 착각에 빠졌었는데
참 그 어린 나이에 그런생각을 했던 나도 대단하다..........
지금에야말로 돌려줬어야 할 시기인데..
괜히 급한마음에. 성급한 마음에.. 놓치고 만 것들..
정말 내가 돌아가고 싶은 순간.
당신을 처음 만났을때도 아니고. 그 애를 만났을때, 라는거..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신을 아예 만나지 않을텐데,
후회만 하다보니.. 어느샌가 난 22살이 되었고.. (23살이거나)
감정이란걸 생각조차 하기 싫어져 버렸다.
다시..
불러일으키려니.. 겁나는것 투성이,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
혼자 순수한척 고고한척 하려니 손발이 오글거리고
시선은 둘 데가 없으며 입은 벙어리가 되어버렸지.
꽉 닫아 버렸던걸 열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아니, 니가 열어버렸다.
고마워.